
오로지 이안 감독 이라는 이름만 듣고 본 영화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카피는 숨막히는 20분 이라고 했지만 2시간 30분 동안 숨이 막혔다..
이 영화의 모든 것이...특히 양조위가 나오는 모든 장면이 숨막혔다..
양조위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 씬에서 양조위의 표정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 표정도 첨 봤을 땐 '아 사랑이구나, 이 시간에 여자는 처형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거라고 느꼈는데..
그래서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했는데 계속 보다보니 달라졌다...
양조위는 여자로 인해 새로운 삶을 만난 거였는고 그녀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을까--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누군가와 만나다 헤어지면 그 사람이 아니라 그의 빈자리가 더 고통스럽지 않은가..
양조위가 대단한 배우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닌데...
로버트 드니로가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걸 '택시 드라이버'를 통해 다시 보듯이
양조위의 가치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다...
1940년/일제 강점하의 중국을 배경으로 친일하는 중국인을 암살하기 위해 홍콩대학의 연극반 학생들이 모여 계획을 짠다...
친분을 이용하여 대장 격인 양조위를 죽이자는 것...
한 편의 반일 연극을 통해 연기를 하는 희열을 느낀 탕웨이는 그날의 감동을 현실에서 재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물론 그녀의 마음 속에 애국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애국심보다 더 강렬하게 그녀를 끌어당긴 것은 연극이 끝났을 때의 희열 이었다...
그리하여 막부인으로 태어난 탕웨이...양조위는 엄청나게 치밀한 남자로 그녀의 미인계가 먹힐만 하면 상해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3년 후. 탕웨이는 그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들의 감정은 서서히 경계를 풀고 심장을 관통하는 진실이 되어 버린다...
감독의 전작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평생을 그리워한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감독은
이번에는 여자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두려움 많은 남자와 그를 암살하기 위해 위장한 한 여자의 사랑을 보여준다...
처음에 그녀는 연극을 했던 것처럼 연기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육체가 부딪히면서 그들은 서로 진심을 나누게 된다...
3번 정도 나오는 격렬한 정사씬은 웬만한 포르노를 능가할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에 완전히 놀라 버렸다...
이안 감독이 이렇게도 연출하는구나 싶어 이안 감독이 괴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탕웨이는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이 맡은 막부인의 역할에 자신을 내던졌다..
그리고 연기를 하다가 상대역과 빠지는 여배우처럼 양조위에게 완전 빠져버렸다..
처음의 정사씬은 상당히 거칠게 묘사 된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아직 목적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조위는 그녀를 의심하고 있고 그녀는 오로지 그 남자를 유혹해서 죽여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으니...
그러나 그들의 '경계심'은 진실한 감정의 교류로 인해 풀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의 끝이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게 되면서부터 그들은 서로를 기다리는 것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게 된다..
"당신을 기다리면서 나를 고문하고 있었소"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기다림은 고문이 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연기에 대한 희열에 가득찬 한 아마츄어 여배우가 인생을 통해서 연기를 하다가
진실한 감정을 만나게 되는 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안 감독은 인간이 감정적 그런 혼란에 빠질 때 비로소 인간답게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서 케이트 윈슬렛이 사랑의 감정에 빠져서 허덕일 때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모습...
이성적으로만 행동하던 언니가 사랑 때문에 드디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 진정한 사랑이
그녀에게 다가오듯이 이 영화에서도 감정적인 경계심을 풀지 않던 두 남녀가 더 이상 자신을 이성으로
제어하지 못했을 때 진정한 사랑이 시작 된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도 '와호장룡'도 그랬다...
겉으로는 냉정하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보이는 날카로운 인간들이 불 같은 감정에 빠지게
되면서 모든 질서가 흔들린다...
'헐크' 에서도 엄청난 힘을 지닌 그 남자의 내면에 존재한 두려움이 표출되는 순간은 바로 한 여자에 대해 애정을
품고 있을 때다...
영화는 곳곳에서 두 사람의 깨질 듯 깨질 듯 깨지지 않는 섹슈얼함을 표현 한다...
비오는 날 우산이 뒤집어지고 그 때 양조위의 우산 속으로 뛰어드는 탕웨이...
또 탕웨이의 붉은색 립스틱이 묻어 있는 찻잔...두려움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탕웨이의 눈빛에서 마작을 하고 있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는 냉정한 표정의 양조위...
경계를 풀지 않았던 두 남녀의 팽팽한 성적 긴장감은 두 번의 엄청난 정사씬 이후 감정을 드러내고
양조위의 눈물은 목적을 잊게 하는 것까지 진전 된다....
그녀가 인생을 걸고 연기를 하게 되면서 그녀는 일종의 성인이 되는 통과 의례를 겪게 되는데..
그것은 그녀와 함께 다니는 다른 연극 단원들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영화나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작품일 수도 있다...
그녀가 힘든 상황에서도 없는 돈에 '서스피션' 이라는 영화를 보러 극장에 들어가는 건 힘든 현실을 잊게 하는 것이
바로 영화고 연기에 대한 열망 이었기 때문 인데...
영화가 현실과 동일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던 젊은이들이 계산하지 못했던
감정의 소용돌이로 인해 좌초 당하게 되기까지의 여정 이다...
영화의 후반부를 보게 되면, 양조위가 혼자 침대에 앉아 있고 조안첸이 그에게 말을 거는 장면을 보게 되면
더이상 이 영화를 잊지 못하게 된다...
엄청난 정사씬의 파급 효과 때문이 아니라 사랑의 상실로 인해 감정을 누를 수 없게 된 한 남자를 엿보게 되는
그 순간, 이 영화가 나를 평생 동안 잡고 놓아주지 않을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어가는 요즈음 분위기에서 서양의 시각으로 본
동양의 정서와 리얼한 탐미적인 성애를 절묘하게 믹싱한 이안 감독의 내공은 부러울 정도였다.
'밀양'이 순수하게 한국적인 명작으로 기억되는 동안 '색계'는 확실한 글로벌적인 작품으로 기억 될 것 같다....
일본 조계지 다다미 방에서 왕치에즈가 이대장 앞에서 연가를 부를때 이미 암살은 힘들겠다 싶었다...
그를 쳐다보는 눈빛과 몸짓엔 사랑이 확연했고 진작 몸과 마음을 결국 마음도 몸에서 올 수 있구나...
제대로 잡아 놓지 못하고 이데올로기만으로 업무적으로 밀어 붙이기만 한 엉성한 결사단.....
그래 끝이 그럴 줄 알았어...기본이 안 되어 있어...혼자 중얼중얼...
결국 우리네 삶이 이 영화 제목과 비슷하지 않을까?
순간순간 혹 하는 마음 '색"과 경계하는 마음 '계' 사이에 서성이며 방황하고 있는 것이...영화의 결론은 심플 했다.
제대로 된 '색'앞에서 '계'는 부질없이 무너지고 마는 법..그런데 우리들의 실제 생활에서 '계'를 그럭저럭 지키고
사는 건 아마도 제대로 된 영화에서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색'이 없어서가 아닐까?